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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재밌게 본 영화들 가운데 ‘내가 왜 그 영화를 그렇게 좋아했지?’ 하고 궁금해지는 게 있다. 몇 달 전 그런 영화들을 다시 봤다. 가장 먼저 본 게 <퀴즈 쇼>(1994년, 로버트 레드퍼드 감독)였다. 다시 보니 좀더 명쾌해졌다. 타인의 명예감정을 존중하는 것, 그게 얼마나 소중하고 따듯한 것인지를 말하는 영화였다. 다시 보길 잘했다. 지금 이 영화를 말하는 건 노무현 전 대통령 때문이다.

<퀴즈 쇼>는 1950년대의 실화를 다룬다. 공영 방송사 <엔비시>(NBC)가 퀴즈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높이려고, 특정인에게 미리 문제를 알려주며 승자를 조작해 오다가 의회 청문회에 적발된다. 이 비리를 적발한 건 입법조사관 딕 구드윈이다. 하버드 법대를 나온 변호사로, 월가 거대 로펌을 마다고 의회로 왔다. 돈보다 세상에 기여하는 일을 하려는, 의로운 마음을 가진 이다. 딕은 퀴즈 왕들로부터 잇따라 ‘문제를 미리 받았다’는 진술을 듣는데, 한 명이 부인한다. 저명한 문필가, 학자를 배출한 명문 밴도런가의 찰스 밴도런으로, 그 역시 컬럼비아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친다. 딕은 찰스가 거짓말한다고 확신하면서도 그를 몰아붙이지 않고 주저한다. 찰스의 집에 가서 그의 아버지를 본다. 자연에 묻혀 살면서도 사회를 보는 눈이 깊고 정확하다. 이런 가문의 명예를 망가뜨리기가 아까웠던 걸까, 아니면 이런 사람들일수록 명예감정이 다치면 정말 깊게 상처 입는다는 걸 알았던 걸까.

처음엔 그런 딕이 답답해 보이다가 이내 뭉클해졌다. 남의 비리를 파헤치는 일을 하면서도 저렇게 신중하고, 상대방의 명예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딕의 부인이 말한다. “자기는 밴도런보다 열 배 남자답고 열 배 똑똑하고 열 배 인간적이야. 그런데도 그를 보호하기 위해 굽실거리고 있어.” 딕이 답한다. “내 목표는 돈을 위해 대중 조작을 일삼는 방송사 간부와 광고주를 고발하는 것이지 거기 동원된 사람들을 망가뜨리는 게 아니라고.” 청문회가 시작된 뒤, 뜻밖에 찰스가 자발적으로 증언대에 선다. 그의 부모가 동석한다. 찰스는 문제를 미리 받아 왔음을 고백한다. 그때 놀란 눈으로 찰스와 그의 아버지를 보던 딕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스스로 원칙을 지키면서도 세상과 타인에 대해 경외심을 잃지 않고 있는 사람의 표정. 그 일 이후 찰스는 교단에 서지 못했다. 청문회도 방송사 간부와 광고주를 처벌하지 못하고 끝났다. 그럼에도 영화가 따듯했던 건 이런 딕 때문이었다.

노무현을 떠올린 건 두 가지 점에서다. 우선은, 그를 수사하고 그걸 보도했던 이들에게 딕 같은 신중함이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부질없다. 비리로 구속됐다 다시 정치하는 이가 한둘이 아니고, 비리 수사가 정치 게임처럼 돼버린 지 오래인 이 사회에서 누군들 명예감정이 그렇게 소중하다는, 사람을 죽게까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둘째는, 영화에서 노무현의 모습이 겹쳐지는 게 찰스가 아니라 바로 딕이기 때문이다. 그는 청문회에서 사람을 추궁할 때도 문제가 된 사안을 벗어나지 않았다. 인신공격하거나 망신주지 않았다. 대통령이 돼서도 칼을 휘두르는 대신 원칙을 따지며 토론했다.

그가 죽은 뒤 그를 투사로, 승부사로 재조명하는 말들이 나오는데, 썩 미덥지가 않다. 그보다 내가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영화의 대사를 빌려 한마디 하고 싶다. 당신은, 당신을 힘들고 버겁게 만들었던 그 누구보다도 열 배 남자답고 열 배 똑똑하고 열 배 인간적이라고.

임범 대중문화 평론가




주일 늦은 밤에 읽었습니다.

1차 임시처리된 글에 대한 삭제권면과 삭제 권면에 대한 경위의 글 id: 인천서부교회

나눔터에서 벌어졌던 일이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가
"그들은 '제2의 노무현' 탄생이 싫었다" 에 대한 미디어 팀의 글<1>과 댓글<2>에 따르면 정치적인 성격의 글 때문이라고 했는데

<1> 신앙 나눔터는 신앙 나눔터 답게.... 글 이상웅 집사

우리는 하나의 신앙으로 모인 사람들이니, 종교 이야기는 할필요 없고...
정치 이야기는 그만 하도록 합시다. 교회내에서 끼리끼리 어울려서 이야기 하는 거야
할수 없는 일이지만, 최소한 홈페이지 같은 공개된 자리에서는
정치이야기 하지 않았음 합니다.


<2> 나는 당신의 의견에 반대하지만 당신의 말할 권리를 위해 싸우겠다     댓글 오성남 장로

교회 홈페이지 운영위원으로서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나눔터"는 올려주신 글들중에 교회 홈페이지 인점을 감안하여 
약간의 제한을 두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누가 읽어 보아도 정치적인 색깔을 띤 글이라고 생각하는 글들 입니다


하지만
"아래 1122 댓글을 읽고 난 뒤 드리는 질문과 소감입니다."

→  이 글에 대한  '괘씸죄' 가 적용되었네요


이해합니다.
기대했던 나눔터의 지평을 넗히고, 보다 다양한 글을 보기를 원했는데  '아니다' 하면 할 수 없지요.


그럼,
나눔터 일을 마무리 해야겠습니다. 

1.  6월17일 인천서부교회 이름으로 올린 강성재 집사의 글

"다시 한 번 부탁드리지만, 하나님이 만드신 모습이 다 같지 않듯이 생각또한 개인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2.  당신이 누군가에게 무슨 좋은 것을 주었다면 그건 영원히 당신 것입니다

18일(목) 글에 박상운 집사의 댓글에 대한 댓글입니다.

댓글에 감사드리고, 지난 한 주간의 일을 단순하게 정리하면 나눔터를 자유게시판으로 이용한 글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또 소속 및 로그인 금지와  글을 삭제하면서 알려주지 않는(삭제통보와는 다른)  등 이런저런 일에 당연히 서로에게 불쾌한 감정이 생기고...  
충분히 일어날 수 있고 더구나 자기  감정과 생각에 충실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나눔터의 성격을 바꾸거나 내 뜻대로 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지요 그럴 필요도 없지요. 다만 조용히 물 흐르는 듯한 나눔터에  때로는 세찬 물줄기도 흘러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아직 때가 아니라면 더 기다려도 됩니다.  다만 바라기는 서부교회가 언제나 어디서나  대화와 소통이 가능하고 자유로운 상상력이 펼쳐지고 우리 모두의 몸과 영혼에 건강함과 행함이 있는 믿음을 간직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고생하셨는데 평안하세요. 주일에 뵙지요
 


3. 요한복음 2장23~25절 말씀

유월절을 맞이하여,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계시는 동안에,
많은 사람이 예수께서 나타내 보이신 표적을 보고,
그 이름을 믿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들을 의지하지 않으셨다.
그것은,
예수께서 사람을 다 알고 계셨으므로,
사람에 대해서 다른 사람의 증언이 필요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사람의 속마음까지 다 알고 계셨다. 



<뱀발>
그동안 미디어 사역팀 모두 힘드셨고 마음 고생하셨습니다.
4시간 동안(10분) 회의 하셨다는 나머지는 대부분 본질에서 벗어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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