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근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협의에 관해서 법적 구속력에 관한 논의와 함께 "재협상"이 가능한지에 관한 정부와 민간 분야 전문가의 견해가 갈리고 있습니다.


제가 학부와 국제법무대학원, 그리고 미국의 로스쿨에서 배운 국제협정에 관한 국제공법과 어릴 때, 외교부에서 인턴근무를 하면서 한 업무가 바로 이 국가 간의 법률문서에 관한 것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씁니다.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기술협의문서에서 왜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shall/must"가 아닌, 법적으로 아무런 구속력이 없는 "will"이 사용되었는지, 그리고 법률적인 구속력이 있는 협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재협상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 국제법에 있어 "shall/must"와 단지 미래행동을 나타내는 "will"의 차이를 알려주시는 것이 관련분야 전문가의 도리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16년째 만년 법학도인 저도 관심을 갖고 협의 문서를 살펴보면 금방 발견되는 것인데 말입니다.


제가 외교부에서 한 일이 양국 간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shall/must"를 사용한 양자협정과 법적 구속력이 없고, 해당 기관에만 호의적으로 적용되는 "will/may/should(suggestion의 의미이며 ought to의 의미가 아닌 것)"를 사용한 양해각서(국가 간, 기관 간)를 검토하는 일이었기에 너무도 당연한 것을 어리석은 질문으로 던져 봅니다.


참고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양자협정이란 두 나라 사이에서 맺은 국제협정으로, 한미 FTA처럼 중요한 경우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굳이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 판례를 언급할 필요도 없이 영문계약서의 기본인 부분에 대해서, 재협상이 불가능하다며 국민을 속이고 있는 농림부장관의 잘못된 견해를 고쳐줘야 하는 것이 관련분야 전문가나 지식인이 할 일이 아닌가 생각을 해봤습니다.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은 분명, 행정법상 농림수산부의 행정고시일 뿐이고, 한미 간에 행정부를 대표해 양국의 협상대표가 서명한 것은 양해각서, 즉 법적 구속력이 없는 "will"을 사용한 것입니다. 만일 한국 측이 의무를 부담하는 조항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shall"을 사용해서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협의문서를 작성했다면 당연히 양자협정으로서 국회의 비준을 받을 중요한 협정의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한미 기술협의 문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will" 등을 사용했기 때문에, 농림수산부가 합의를 어기고, 고시를 발표하지 않더라도 미국이 한국과 미국 법원, 그리고 WTO에 제소할 수 있는 법적인 쟁송의 소인이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온 국민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일을 "shall/must"와 법적인 구속력 없는 단지 미래 행동임을 나타내는 "will"의 차이를 배운 국제법 전문가들이 왜 이렇게 조용한 것인지 학생인 제가 봐도 참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아시겠습니까? 전문가가 잠적하고, 침묵하게 만드는 것이 표현(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지, 언론사의 자유만 중요한 것인지 한심합니다.


하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도 재협상이 안 된다고 하던데 로스쿨에서 "will"이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잘못 배웠든지 아니면 정치적으로 자국 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한 것인지 모르겠네요.


그동안은 설마 법률적인 부문까지 정부가 잘못 설명할 줄은 꿈에도 몰라서 공부에 바쁜 학생이 다른 글을 썼었는데, 이건 정부 내부의 상호통제 장치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 아닌가 걱정될 정도입니다. 제가 외교부에서 일을 할 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가 간 양자협정이나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를 체결할 땐 반드시 외교부 관련부서의 법률검토를 거쳐서 협상을 하게 되어 있는데 말씀입니다.


그렇게 짧은 시일 안에 외교부의 상세검토도 거치지 않고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하긴, 제가 외교부에 있을 때에도 해당국 대사들이 업적을 내기 위해서 정상회담이나 국빈방문 시 일주일 만에 서너 개의 양자협정을 만들라고 해서 밤 11시가 넘도록 매일 한 건 이상 협정을 검토해야 했던 적도 있습니다.


협정이나 양해각서의 검토라는 것이 구독점 하나까지 살펴야 하는 것이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리를 못 뜨고 검토해도 힘든 것입니다. 그런데 한미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협의서를 보면 협정 곳곳에 "shall/must"가 아닌 "will", 심지어 그냥 현재형 동사를 써서 "maintains" 혹은 "is eligible" 등 법률규정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대화록 수준입니다.


법률전문가나 최소한 외교부 담당부서의 검토가 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양해각서 상의 오류들입니다. 사소한 것까지 따지면, 서명한 협의문 곳곳에 띄어쓰기가 잘못되어 "th" 띄우고 "e" 등등 급하게 만들어진 흔적이 여기저기에 보입니다. 국민들에게 이토록 분란을 일으키고 있는 협상안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학생인 제가 봐도 한심합니다.


한미 FTA처럼 국회비준 동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협상당사자가 서명함으로써 효력을 발휘하는 양해각서에 무슨 영문 자구수정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마 한미 FTA협정 체결에 바빠서, 국제협상 하면 모두 법적 구속력이 있는 양자협정에 관한 것으로 착각을 한 것은 아니겠지요? 국회의 비준이 필요없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인데 말입니다.


최소한 제가 외교부에서 인턴을 하면서 검토를 할 땐 양해각서에 "shall"이라고 되어 있으면 법적 구속력이 없는 "may나 will"로 수정을 했는데 그동안 국제법에 크나큰 변화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공부하고 있는 로스쿨에서도 1학년 수업인 계약법을 통해서도 영어의 "shall"과 "will"의 차이는 가르치는데 말입니다.


참고로 증거가 없으면 또 글을 읽는 분들이 오해할 주장을 하실지 몰라서, 아래에 법적 구속력이 있어, 국내법의 조건을 갖춘 것은 국회의 비준까지 거쳐야 할 수도 있는 양국 간의 협정에서 "shall"이 사용된 예와, 법적 구속력이 없어서 의무를 규정한 조항에서 "will이나 may"를 사용한 예의 링크를 첨부합니다. 더 이상 민간인이라서 선정적인 글만 쓴다는 억지 비판을 듣긴 싫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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