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여의도순복음교회(이하 여의도교회) 예배를 참석하고 쓴 글이 의외로 많은 반응을 얻었다. 댓글을 살펴보며 내 의도를 따져 묻는 글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 사실 글을 쓰기 전 내 생각도 어느 정도 그랬다. 예배를 드리러 간 게 아니라 참관을 하러 간 것처럼 된 게 아닌지, 한 번의 예배로 여의도교회를 평한다는 게 무리가 아닌지. 솔직히 그러한 우려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교회목회를 염두에 둔 목사로서 이런 저런 교회들을 찾아다닌다는 것은 어느 정도 참관의 의미도 있겠고, 한 번의 예배로 넘겨짚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교형 개인의 잘 잘못을 넘어, 그리고 그 교회의 변명과 방어를 넘어 여의도교회는 하나님과 한국교회를 위해 정말 변해야 한다. 결론은 하나. 여의도교회는 조용기 목사와 세계 최대교회라는 자부심에서 속히 젖을 떼야 한다.


순서가 바뀌었지만, 이제는 순복음교회 예배에 앞서 지난 5월 초 집 근처 어느 작은 교회에서 예배드렸을 때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 교회는 규모는 작지만 젊은 일꾼들의 자발적 헌신이 돋보이는 알찬 교회처럼 보였다. 오전 예배 후 점식식사를 하고 마침 오후 모임이 특별간증 순서였다. 강사의 경력이 눈길을 끌었다. 전 청와대경호원. 한국 현대사에 특히 관심이 많은 나는 오후 모임에 참여했다.


예정을 훨씬 넘겨 3시간이 넘는 오랜 간증. 그러나 작은 교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정을 쏟는 강사와 감동받는 성도들의 반응 속에서 3시간을 그리 힘들지 않게 느끼는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그 3시간이 내겐 충격, 그 자체였다. 처음 20여 분 정도는 자신이 기독교인으로서 차지철 경호실장이 따라 주는 술도 마시지 않으며 신앙의 절개(?)를 지켰다는 식의 좀 과도한 자부심을 드러내며 시작했다. 개신교 전래 120년이 넘도록 여전히 술, 담배 여부가 신앙의 가장 중요한 척도처럼 여겨지는 전통이 씁쓸했다(롬 14:1~6). 그러나 그 정도는 이해할만 했다. 정작 경악한 것은 그 후 무려 2시간 40여 분 가량 이어진 이야기였다.


1974년 청와대에 들어가 1981년까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에 세 명의 대통령을 경호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그의 신앙적 신념은 경호원이 대통령을 위해서라면 총알받이도 마다치 않는 절대충성으로 살아야하는 것처럼, 성도는 하나님을 위해서 그 어떤 명령도 불평 없이 절대충성 해야 하는 경호원과 같은 삶이라는 것이다. 아멘이다. 그런데 문제는 하나님께 드려야할 절대충성을 구체적 신앙생활에 적용해 보면 그건 바로 자기가 섬기는 교회의 목사님께 대한 절대충성과 같은 것이라고 확고히 믿는 그의 신념이다.


그 자신 한국에서 유명한 강동구의 어느 대형교회 설립 멤버로 안수집사를 지내면서, 바로 그러한 신념을 굳게 믿고 목사님께 대한 그 어떤 반발도 몸으로 막아내고, 목사님이 행여 불편할 듯한 일이 생기면 미리 예측해 없애주는 해결사 노릇해 해왔는데, 그게 바로 하나님께 대한 절대충성이요, 그럴 때 교회는 부흥하는 것이라는 요지였다. 이처럼 ‘대통령=하나님=목사님’의 굳은 신념 속에서 자신의 모든 지난 삶이 등식화된 간증거리로 동원되었다.


세 시간 내내 ‘하나님’, ‘교회’, ‘은혜’, ‘복음’ 등의 기독교적 용어들을 쏟아내며 교회에서 흔히 통용되는 상식에 근거했지만 성경에서 실제로 근거를 찾을 수 있는 내용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더 충격적인 사실은 참석한 그 교회 성도들의 반응이었다. 오전 예배 때 담임목사의 설교와 오후 간증의 방향이 내가 볼 때는 분명히 정반대를 향해 있었지만, 성도들은 서로 상반되는 두 메시지를 모두 '은혜'로 잘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 이해할 수 없는 유연성(?)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이게 소위 '은혜'라는 미명 아래 한국교회 강단을 지배하는 설교요, 간증의 한 단면이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쉽게 “은혜 받았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은혜’와 ‘감동’은 구별해야 한다. ‘은혜’는 성령께서 하나님의 말씀을 근거로 하여 주시는 것이지만 ‘감동’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자주 기독교적 현상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동을 곧바로 은혜라고 믿어버리는 것 같다. 내가 받은 모든 감동이 다 은혜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심지어 교회 예배 중에서도 그렇다.


사도행전 17장을 보면, 저자 누가는 베뢰아 성도들의 신앙태도를 크게 칭찬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들은 바울과 실라가 전하는 말씀을 간절한 마음으로 잘 받으면서도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말이 과연 사실인지 아닌지 알아보려고 날마다 성서를 연구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11절). 성경은 사도가 전한 말씀도 그냥 곧이곧대로 받지 않고 꼼꼼히 따져 묻는 태도를 칭찬하는 판에, 과연 우리처럼 목사가 전하기만 하면 모두 하나님의 말씀이요 목사는 하나님의 대리자라고 믿어주는 것이 과연 순수한 신앙인지 나는 의심한다.


이번에 내가 직접 듣고 확인한 것은 처음이지만 비슷한 이야기들이 한국교회 강단에서 수없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는 말은 간접적으로 많이 들어왔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하든 목사가 강단에서 전하는 모든 말이 하나님의 말씀이요, 목사는 이 땅에서 하나님을 대신하는 중보자라는 신념을 목사 스스로 믿고 싶어 하고 은근히 즐기고 있는 낯설지 않은 교회문화는 반드시 변해야 하겠기에 이 글을 쓴다.


목사가 이미 예수님의 자리에 앉아 영광을 받고 있는데, 오늘 예수님이 한국교회 찾아오시면 과연 환영받으실까? 나를 포함해 교회에서 소위 지도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예수님의 두려운 경고 앞에서 정말 마음을 새롭게 해야 한다(마 23:1~12).


 


구교형 /  목사·성서한국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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