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맞이하여 한국교회에 드리는 목회적 권고문
(A Pastoral Recommendation)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큰 비극을 맞이하여 온 국민이 슬픔과 비통한 마음으로 애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바른교회아카데미는 한국교회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이 애도와 위로의 시간에 깊이 참여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함께 생각할 목회적 측면을 나누고자 합니다.

공감(共感)“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

한국교회는 무엇보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말씀대로 충격을 당한 한국사회의 슬픔과 애통에 깊이 공감해야 합니다. 위로와 회복, 화해와 용서의 은혜는 고통과 아픔에 대한 공감의 깊이에 비례합니다. 한국교회는 마땅히 우는 자들의 눈물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눈물을 씻어주시는”(계7:17) 하나님이 이 땅에 올바르게 증언되려면 한국교회의 눈에서도 진심 어린 눈물의 흔적이 발견되어야 합니다. 일부 개신교 인사들의 부적절한 발언은 슬픔 당한 이들에게 무례한 것일 뿐 아니라, 전직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조문에 나선 수백만의 국민들을 모욕하는 행위가 되기도 합니다. 더욱이 이번 일이 개신교 장로 대통령의 정권 아래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런 언행으로 불필요한 자극을 유발하는 것은 종교적 편향성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화평(和平)“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엡2:14)

한국교회에는 한국사회의 다양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차이를 가진 성도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고 세상을 향하여 하나됨의 증거를 감당하도록 우리를 불러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차이’를 이유로 ‘차별’하지 않고, ‘세속의 이해관계’에 따라 ‘성도의 교제’를 훼방하지 않는 삶이 우리를 교회로 부르신 하나님의 뜻입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와 경제적 차이를 포용하고 화해하도록 하는 복음의 능력이 있는지, 아니면 이런 세속적 골을 하나님의 이름을 빙자하여 더 악화시키는 무능한 상황은 아닌지 주목하는 많은 사람의 눈길 앞에 서 있습니다. 또한 각 교회의 강단에서 선포되는 목회자의 설교가 세속적 편 가름을 넘어 ‘위로부터의 화해’를 증거하는 제사장적 역할을 감당하기를 기대하는 시대적인 요청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은 갈등을 극복하고 진정한 평화를 이루는 복음의 능력을 신뢰하고 바르게 선포해야 합니다.

생명(生命)“너는 피투성이라도 살아있으라”(겔16:6)

하나님은 한 생명도 덧없이 스러지는 것을 기뻐하지 않으십니다.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진실로 정의를 시행’하는 분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바라보는 개신교권 내부에는 ‘자살’에 대한 신학적-목회적 논란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확신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들에 대한 폄하로 곧장 이어질 이유는 없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죄다’라는 말은 죽을 사람을 살리는 용도로 사용되어야 할 말이지, 이미 죽은 이와 유족들에게 한 번 더 정죄의 낙인을 찍는 용도로 써야 할 말이 아닙니다. 자살이란 비극적 결말만 볼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자살에 이르게 한 과정에 대한 면밀한 성찰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해 13,000명, 하루 35명꼴로 자살하는 한국사회에서 교회는 자살자에 대해 반복적으로 정죄하고 있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과연 교회에 남겨진 몫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자들에게 한 번 더 낙인을 찍는 데에 있는가, 아니면 사람들을 자살로 이끄는 ‘죽음에 이르는 조건’에 항의하고, 이를 개선하는 일에 분연히 나서도록 촉구하는 데에 있는가를 단호하게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심판(審判)“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가 아니라”(마7:21)

한 사람의 일생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전직 대통령의 삶은 매우 다양한 국면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국민장에 나타난 엄청난 추모행렬은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정치적 인기는 많이 얻지 못했다고 하지만 그의 인간적 매력과 진정성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권위주의와 학벌, 지연으로 한 사람의 가능성을 가차없이 재단해 버리는 한국 사회 속에서 노무현이라는 한 사람의 삶은 서민들에게 희망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상징이 되어왔습니다.

예수께서는 우리들의 말이 아니라, 삶의 실천을 보신다고 여러 차례 경고하였습니다. 특히 "내가 주릴 때 너희가 먹을 것을 주지 아니하였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지 아니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지 아니하였고, 헐벗었을 때에 옷 입히지 아니하였고, 병들었을 때와 옥에 갇혔을 때에 돌보지 아니하였느니라"(마25:31-46)고 하시면서 ‘이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하지 아니한 것이 곧 내게 하지 아니한 것이니라’고 하였습니다. ‘천국’을 상속받는 것은 ‘지극히 작은 자에게 어떻게 대하였는가’로 판가름난다는 말씀입니다. 전직 대통령이나 현직 대통령이나 하나님 앞에 엄중히 평가받을 지점을 이 말씀은 잘 보여줍니다. 애도의 기간 중 한국교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이 이런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는 삶이었는가를 되물어 보는 시간을 가지기를 권합니다. 아울러 같은 기준으로 이명박 현 대통령의 재임 동안 ‘지극히 작은 자들의 삶’이 많이 개선되기를 위하여 기도하기를 권합니다.


바른교회아카데미 신학 연구위원 및 목회자들의 단상

 * 아래는 이번 사건을 맞아 바른교회아카데미의 신학 연구위원들과 회원교회 목회자들이 보내온 단상(斷想)들입니다.


"나라의 비극입니다. 크게 슬퍼하고 비통합니다. … 한국의 정치 문화는 매우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기독교계 또한 천박성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교계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노골적으로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대통령을 당선시키는데 개신교계가 큰 역할을 하였을지 모르지만, 결국 기독교계의 이와 같은 행태들은 하나님의 선교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교회의 사회적 공신력을 실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김주한 교수(한신대 역사신학)

“지난 주에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실로 믿기지 않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현직에서 목회를 하는 목사로서 받는 충격은 글로 표현하기 힘이 든 것이 사실입니다. 이 충격은 언론의 보도와 같이 죽은 정권에 대한 살아있는 정권의 정치적 타살 때문에 느끼는 분노나 충격이 아닙니다. 도리어 이번 사건에 대하여 한국교회가 무감각하다는 데서 오는 자괴감으로 인한 충격입니다. … 그래서 회개의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조문을 하면서 그를 위해 기도하고, 생뚱 맞은 기도를 하나님께 이렇게 했습니다. '한국교회를 용서해주십시오. 한국교회를 살려주십시오. 한국교회를 다시 살려주십시오.'”
이강덕 목사(제천 세인교회)

 “기독교인이자 한 시민으로 그의 죽음에 진심으로 애도를 표합니다. 시련과 좌절 속에서도 뜻한 바를 실천하고자 부단히 노력한 그의 삶에 경의를 표합니다. 때로는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나타내기도 하였지만 평생을 약자의 편에 서서 살고자 했던 그의 삶은 기독교인인 우리 자신을 더욱 부끄럽게 합니다.

물론 어떤 이유로든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것은 기독교의 관점에서나 사회의 관점에서나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생명의 신성함의 부정이기도 하고, 우리 사회 가치 지향성의 비건강성을 표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중 누구도 사자(死者)에 대해 정죄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오로지 하나님께 속한 것입니다. 그 어느 누구의 삶도 값없는 삶이 없고, 그 어느 누구의 죽음도 가벼이 여겨질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어느 한 사람의 생명도 가벼이 보시지 않을 것입니다.”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 <그들의 자살, 그리고 우리> 공저자)

  “한국교회는 사회 혹은 국민들과 소통하는데 실패하고 있습니다. 소통이란 측면에서는 최악의 단절로 치닫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국민들과, 젊은이들과, 정치적으로는 중도적 입장을 갖고 있는 이들과, 타종교인들과는 더욱 그러합니다.

물론 개신교인 입장에서는 '자살'이란 행위에 대한 신학적, 정서적 거부감이 있고, 노무현 대통령이 타종교 배경을 갖고 있는 반면에 현직 대통령은 개신교 장로란 점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개신교권 지도자들의 적절치 못한 발언들이 극도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는 초상 중 대단한 무례를 범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번 국민장 기간 중에는 초상집에 악담하듯 하는 자살논쟁은 좀 삼가고, 슬퍼하는 자들과 함께 우는 모습을 갖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백성과 민족을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대결과 긴장, 세대 간 갈등, 정치적 갈등의 골이 깊어질 조짐을 우려하며 우리가 평화의 일꾼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승화시켜야 하겠습니다.”
황영익 목사(서울남교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가 국민적 정서의 표출이라면 그 정서 속에서 개신교의 존재를 확인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인 것은 사람들이 추억하고, 뒤늦게 '재발견'하고, 혹은 슬픔을 재료 삼아 '창조'하는 노 전 대통령의 이미지가 기독교적 삶의 방식에 너무 가깝다는 것입니다. 이상하게도 실질적으로는 무신론자를 자처한 한 사람에 대한 세인의 추억은 기독교 복음이 말하는 여러 자태들로 채색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독교인을 자처하는 우리들에 대한 세인들의 인상은 어떠할까요? 이 사건에서 또 한 번 우리 교회의 무기력함에 대한 세상의 항의를 듣습니다. 다시금 뼈아픈 반성으로 우리 자신을 돌아보라는 하나님의 경고일 것입니다.”
권연경 교수(안양대 신약학)

 “지금은 교회가 고인의 자살에 대한 부정적 가치 판단을 내릴 때라기보다는 고인을 추모하고 유가족과 함께 슬픔을 나누려는 마음이 더욱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고인을 떠나 보낸 유가족에게 '자살은 곧 죄'라는 도식의 잣대를 곧바로 들이대는 것은 유가족과 그를 그리워하는 국민들에게 가혹하고 잔인한 말로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다소 감정이 가라앉은 후에라야 이성적 차원에서 진지한 대화와 성찰이 가능할 것입니다. 또한 노 대통령의 서거를 단순히 그 개인에 대한 책임성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정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논의가 전개되어야 하겠습니다.”
김승호 교수(영남신학대 기독교윤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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