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엽
낙엽은 쓸어버리기 아깝다.
열매를 맺기 위해 여름내 애썼다.
더운 날에 그늘을 만들어
우리가 쉬어 갈 수 있게 해준다.
삭막하던 땅을 푸르게 해주었다.
그러다가 지쳐 지금은 노랗게 변하고
붉게 물들어 버렸다.
할 일을 다 했기에 바람 불기를
기다리지 않고 너는 스스로 땅에 떨어진다.
말없이 한없이 떨어져 발에 밟힌다.
쓸기도 버리기도 아깝다. 장하다 낙엽이여,
너는 한철을 보람차게 지냈구나!
너를 보니 생각난다.
주님의 저주에 말라버린 푸른 고목 말이다.
열매 없이 잎사귀만 무성한 그 무화과나무는
수많은 사람에게 실망을 주었기에 주님께서
그에게 죽음을 명하신 것이다.
그런 나뭇잎에게 줄 동정이나
위로의 말은 썩 생각나지 않는구나.
낙엽을 보니 생각이 깊어지고
오곡백과가 금년의 결실을 셈하는 이 가을,
우리는 인생의 결실을 셈해 봐야 할 것이다.
당신도 또 나도.
우리 모두 이 해에 맺은 열매와
지금까지의 평생 결산을 잠깐 해보고
이 가을 을 보내자(마21:19, 25:1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