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 마음의 상처를 잊어 주소서
묵은 일기장 한 장을 찢어 없애버렸다.
마음에 너무 큰 상처를 준 일을 소상히 적어둔 페이지였다.
어느 날 그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고 또 자손에게나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느낌이 왈칵 들었던 것이다.
그 일기장의 앞뒤 면에는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일들도 적혀
있어서 처음에는 원치 않는 몇 글자만을 먹으로 지워 보았다.
그러나 나중에는 그 한 장을 다 찢어버렸다.
지운 자리만이라도 남아 있다면 거기 무슨 글자가 있었는지를
나만은 생각해 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다.
종이인 일기장이야 찢을 수도 있고 불태워 버릴 수도 있지만
마음속에 새겨진 일기장은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
X-Ray로도, 현미경으로도, 청진기로도 찾아내지 못하고, 그래서
약 처방도 내리지 못하는 쓰라린 사연은 무엇으로 지우겠는가?
박힌 화살은 뽑혔고 상처도 아물었으나 생각의 통증은 왜?
이다지도 오래 가는 걸까?
인간은 어디까지나 인간이기에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하는 것이다.
세월의 먼지가 내려앉던지,
하나님께서 망각의 은혜로 덮어주실 때까지 그냥 두어라.
하늘 아버지시여, 제 가슴만을 어루만지고 있습니다.
제가 받은 상처만을 생각하고 저 때문에 상하신 아버지 마음은
미처 생각을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전능하셔서 잊으시려면 잊으실 수 있을 줄 압니다.
저의 잘못을 잊어 주소서.
어느 때는 베드로와도 같고 요한과 야고보같이 세상적인 야심에
사로잡히고 주님을 섬긴다면서 실상은 자신을 섬기는,
육신에 속한 제가 수없이 남긴
아버지!! 마음의 상처를 잊어주소서. 아멘(히10:15~18)